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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사설 & 인터뷰

정신건강10문10답 -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건강의학센터 스트레스 클리닉 최홍 교수님

by 마이멘탈포켓 2021. 9. 29.

- 정신질환은 마음의 병인가요? 뇌의 병인가요?

 

현상적으로 정신질환을 바라보면 마음의 이상으로만 느껴지지만, 현대 의학 연구들을 통해서 보면 정신질환은 사실 많은 부분 뇌의 기능적인 이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원인을 따져보아도 정신질환을 초래하게 되는 뚜렷한 심리적인 원인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심리적으로 원인을 설명할 수 없거나 부분적인 영향만 인정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아울러 치료와 관련해서도 정신치료처럼 마음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도 여전히 유효하지만, 약물치료 및 물리적인 치료법처럼 뇌신경의 기능 조절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치료법들도 많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신질환은 마음과 그 마음을 담고 있는 뇌(신경)의 병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정신질환은 특별한 사람들만 걸리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특이한 병이 아닌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며, 또한 우리 주변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병입니다. 상대적으로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커서 병력을 밝히기를 꺼리는 우리나라의 경우만 보더라도 전체 성인의 14.4%가 평생 한 번 이상의 정신질환을 겪는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정신질환의 한 예로 조현병(정신분열병)을 보더라도 이 병에 걸릴 확률은 대략 1%라고 알려져 있는데, 피부에 와 닿게 예를 들어보면, 25층짜리 아파트 한 라인에 4인가족 25가구가 산다고 볼 때 아파트 한 라인에 한 명씩은 조현병(정신분열병)환자가 산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정신질환을 빨리 발견하면 빨리 회복이 되나요?

 

다른 신체적인 질환과 마찬가지로, 정신질환도 조기발견 조기치료가 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병이 깊어지기 전에 빨리 발견하고 조치를 취하면, 회복도 더 빠르고, 후유증도 덜 남기고, 환자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고통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 정신질환에는 유전과 환경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요?

 

어떤 질환의 유전성을 보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연구 기법 중에, 일란성 쌍둥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일란성 쌍둥이들은 100% 유전자가 일치하므로, 쌍둥이 형제 중에 한 사람이 병이 있는 경우 다른 형제에게도 같은 병이 나타나는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를 평가해서 유전성을 살피는 방식의 연구입니다. 여러 주요 정신질환들을 이런 방식으로 연구해 본 결과, 정신질환에는 유전과 환경 모두 다 중요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물론 정신질환의 종류에 따라서 상대적으로 유전적인 영향이 더 큰 경우와 환경적인 영향이 더 큰 경우로 나누어 볼 수는 있지만, 어느 한 쪽을 전적으로 배제한 채 병을 설명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 화날 때 화를 내는 것, 슬플 때 눈물을 흘리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나요?

 

정상적인 감정을 지나치게 억누르는 것이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키고, 정신질환의 한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특히 우리 문화권에서는 사람들이 이런 감정 표현에 서투르기도 하고 감정 표현을 억제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면이 있어서 ‘화병’과 같은 독특한 정신질환이 만들어지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과도하고 직접적인 감정 표현은 지나친 억제 이상의 부작용도 있어서, 가능한 순화되고 정화된 형태로 감정을 표현하고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습니다. 예를 들면 화나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상대에게 표출할 때 관계의 문제가 불거질 뿐만 아니라, 화가 가라앉은 뒤에 상대에 대한 미안함과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 등으로 더 큰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겠습니다.

 

-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는 범죄를 더 많이 저지르거나, 가까이 지내기에 위험하지 않나요?

 

일반인들에 비해서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의 범죄율이 더 높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일부 범죄 관련 기사에서 범인의 정신질환력이 언론의 관심을 끌어서 더 기억에 남게 되었을 뿐, 실제 연구를 해보면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범죄율은 일반인들과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다만, 일부 입원을 요하는 정도의 심한 정신증을 앓는 정신질환자의 경우에 자해 및 타해 위험이 일시적으로 증가될 수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건강한 사회생활이 가능할 수 있게 회복되므로 편견을 가지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 정신질환은 마음의 문제이므로 치료 없이도 자신의 의지로 조절할 수 있지 않나요?

 

앞서도 언급했지만, 정신질환은 마음의 병이기도 하고 뇌(신경)의 병이기도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의지로만 조절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내 마음이라고 인식하는 의식 이면에는, 사실은 무의식이라고 하는 훨씬 더 큰 마음의 영역이 존재하고, 이러한 무의식은 사실상 내 이성과 의지로 조절하기 힘든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무의식을 포함한 마음과 뇌(신경)을 조율해서 정신건강을 되찾기 위해서는 치료(정신치료나 약물치료 및 기타 다른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아프고 싶어서 아픈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아프기 싫고 병에 걸리기 싫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여러 가지 이유로 아프게 된 것이 병입니다. 암이나 당뇨에 걸리면 당연히 치료를 받는 것처럼, 정신질환도 그렇게 치료가 필요합니다. 암에 걸린 환자들이 병을 이겨내려는 의지와 희망이 강할수록 더 잘 회복하듯이, 그렇게 정신질환 환자들에게도 의지와 희망이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암이 낫지 않는 환자들에게 의지가 약하다고 질책하지 않는 것처럼,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들에게도 편견을 가지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한번 시작하면 계속 치료받아야 하는 건 아닌가요?

 

대부분의 정신질환은 완치될 수 있으므로, 대개 적절한 정도의 치료를 받으면 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지 않게 됩니다. 그렇지만, 적절히 치료받지 않는 경우 재발하는 경향이 더 높아져서 추가적인 반복해서 받게 되기도 하고, 또 재발을 반복하면서 만성화 되는 경우에는 지속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잘못된 편견 때문에 정신질환의 치료를 망설이거나 회피하기 보다는,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훨씬 단기간에 완치시킬 수도 있고, 향후 재발되거나 만성화되는 확률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십시요.

 

- 문제 증상이 나으면 바로 치료를 중단해도 되나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의해서 치료 중단 시점을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치료 경과 중에 증상이 좋아지더라도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고, 또 주관적으로는 증상이 없어졌다고 느끼더라도 실제는 다를 수도 있고, 또 표면적인 증상은 좋아졌더라도 뇌(신경)의 병리현상은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없어지더라도 일정 정도의 추가적인 치료는 필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문의와 상의해서 치료 중단 시기를 결정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아울러 예외적으로 일부 재발 확률이 매우 높고 만성화되는 정신질환의 경우에는 지속적인 치료가 권장되기도 합니다.

 

- 정신건강의학과 약물은 부작용이 심하지 않나요?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약 중에서 부작용이 없는 약은 하나도 없습니다. 사실 걱정하시는 것과는 달리, 대부분의 정신건강의학과 약물들은 다른 과에서 사용하는 약들에 비해서도 안전한 편에 속합니다. 정신질환의 특성상 보통 수개월 혹은 수년 이상 장기간 복용하게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약을 개발하는 단계에서부터 약의 효능 못지 않게 부작용을 줄이는 데에 많은 비중을 두고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부작용이 나타나더라도 상대적으로 가벼운 부작용이 대부분이고, 보통은 약물치료 초기에 제일 심하고 이후로는 줄어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극히 일부 심한 부작용을 나타낼 수 있는 약물들의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조심스럽게 사용하며, 사용 중에도 부작용에 대해서 모니터링을 하게 됩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약물과 관련해서 또 다른 편견으로는 약물 의존성에 대한 과도한 걱정들이 있는데, 사실 대부분의 정신건강의학과 약물은 의존성이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일부 의존성이 있다고 알려진 수면제나 진정제들도 실제보다 의존성에 대한 염려가 과장된 측면이 있습니다. 수면제나 진정제도 임의로 남용하지 않고 치료적으로 적절히 사용하는 경우에 약물 의존은 거의 생기지 않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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