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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사설 & 인터뷰

‘마음의 감기’ 우울증 VR로 치료, 극단선택 예방한다 - 2019.10.26 00:02 중앙선데이

by pockey 2021. 9. 29.

[J닥터 열전]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전홍진 교수가 긴장 이완 훈련용 가상현실(VR)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치료 영역을 넓히고자 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 김현동 기자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요,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영국의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이 남긴 말이다. 그는 대중에게 웃음을 주는 희극인이었지만 한평생 지독한 우울증에 시달렸던 인물이기도 하다. 우울증은 누구나 흔히 걸릴 수 있는 마음의 감기다. 그러나 일찍 발견해 관리하지 않으면 끝내 극단적 선택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병이다.

 

전홍진(47)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 환자와 극단적 선택으로 운명을 달리한 이들의 유가족을 돌보고 예방 정책을 연구하는 의사다. 그는 2017년부터 중앙심리부검센터장을 맡고 있다. 심리부검은 자살 사망자의 유족을 면담해 사망 원인을 분석하고 유족에게 심리 지원을 하는 것을 말한다. 전 교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우울증 및 자살 예방 분야 연구자다.

 

하버드의대 연수 뒤 우울증 연구 집중

 

언제부터 우울증과 극단적 선택 예방에 관심을 갖게 됐나.

 

“삼성서울병원은 2008년 국내 처음으로 진단·검사·치료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울증센터를 열었다. 개소할 때 참여하면서 우울증 연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마침 그즈음 유명 배우 사건이 있었다.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로 응급실과 정신건강의학과 외래 진료실에 자살 시도자가 많이 왔다. 그때부터 큰 관심을 가졌다. 이후 하버드의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우울증임상연구센터로 연수를 다녀오면서 이 분야에 더 집중하게 됐다.”

 

유명인의 극단적 선택은 정말 모방 효과가 큰가.

 

“모두가 영향을 받는 건 아니다. 다만 우울증이 심하거나 유가족 혹은 주변인, 경제적으로 극심한 어려움에 처한 사람 등 감정적으로 한계에 달해 있는 사람은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는다. TV에서 친숙하게 보던 배우나 주변인이 사망하면 동일시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한국인의 성향이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치나.

 

“한국인은 감정표현을 잘 안 하고 하더라도 애매모호한 편이다. 희로애락이 분명하지 않다고 해야 하나. 그러다 술을 먹으면 감정을 표출한다. 10명 중 1명은 음주 후 더 우울해지고 충동적으로 변한다. 이는 자살률과 관련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알코올 중독률이 높은 나라가 자살률도 높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최고다. 지난해에만 1만3670명이 운명을 달리했다. 2011년 정점을 찍은 후 2000명가량 줄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수치다. 자살은 곧 한국인의 정신 건강 현주소이며 사회의 거대한 트라우마다. 그는 “지난해부터 범정부적으로 자살자 7만 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를 기초로 자살 다발 지역을 선별하고 원인을 분석해 맞춤 예방 전략을 짜고 있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울증 치료의 중요한 덕목은 신뢰다. 의사와 환자의 상호 노력 없인 극복하기 힘들다. 우울증 양상이 매우 다양해 약만으론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환자는 도움을 받으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고, 의료진은 환자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치료를 지속할 수 있다. 그가 평소 컨디션 관리에 유독 공을 들이는 까닭이다.

 

전 교수는 하루에 6시간 이상 자고 음주·흡연을 하지 않는다. “기분이 우울하거나 불안한 사람은 아주 예민해요. 의료진이 피곤하고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라면 금방 알아채고 입을 닫지요. 자기관리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어요.” 스트레스도 담아두지 않는 편이다. 그가 즐기는 스트레스 해소책은 운동이다. 서울의대 테니스 동아리를 시작으로 30년 가까이 테니스를 즐기고 있다.

 

전 교수는 이런 긍정적인 에너지를 대부분 환자에게 쏟는다. 진료가 오전 9시부터라면 그는 한 시간 정도 일찍 시작한다. 다른 사람과 마주치길 꺼리는 환자를 배려한 조치다. 상담할 땐 환자 얼굴을 똑바로 마주하고 대화한다. 그는 “표정이나 움직임을 읽는 것이 환자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진료를 볼 땐 컴퓨터 모니터도 거의 보지 않는다. 환자가 의사를 믿고 의지할 수 있도록 탈권위적으로 대한다”고 했다.

 

언제 보람을 느끼나.

 

“환자 중 경영자나 유명인이 꽤 많다. 남다른 에너지가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도 사람이기에 그 에너지를 항상 유지할 순 없다. 환자가 우울·불안을 느끼는 시기가 있다는 걸 인지하도록 돕고 본인이나 가족이 힘든 상황을 토로하면 언제든 멘토 역할을 한다. 이들이 회사를 잘 운영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을 볼 때 새삼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다.”

 

10명 중 1명은 음주 후 더 심해져

 

반대로 좋지 않은 결과도 있을 텐데.

 

“물론 치료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럴 땐 치료과정을 복기하면서 이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한다. 새로운 치료 기술이나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새로운 연구는 치료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는 요즘 우울증 치료에 도움되는 신물질을 발굴하거나 신약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데 집중한다. 가상현실(VR) 기술을 이용한 치료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새로운 영역에서도 남다른 역량을 발휘한다. “현재의 치료 기술만으로 도움을 줄 수 없는 부분이 있어요. 그 지점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연구주제를 찾고 있습니다.”

 

국내 우울증 환자는 60만 명이 넘는다. 한국 사회에 우울·불안·분노가 깊게 스며 있지만 마땅한 탈출구가 없다. “암에 걸렸을 때 ‘스스로 극복해야지’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어요. 유독 정신 건강 측면에서만 그런 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전 교수는 “이들의 리스크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다”며 “우울증과 자살 예방 분야의 획기적인 치료법을 개발하고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615614#home

 

‘마음의 감기’ 우울증 VR로 치료, 극단 선택 예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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