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작년 전체 우울증 환자 중에서 20대 환자가 17만 명으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많았다. 이전에는 50대와 60대 환자가 더 많았는데 20대가 증가해 다른 연령대를 추월한 것이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전체 우울증 환자는 57.5% 증가했지만 20대는 189.4% 늘었다.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과 의욕의 저하, 무기력증, 불면증, 자살충동 등이 2주 이상 지속되는 질환으로 학습 능력이 떨어지고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주게 된다.
청년기에 우울증이 발생하면 우울한 기분과 의욕저하로 학업과 대인관계를 잘 하지 못하게 된다. 대학을 휴학하거나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들을 보면 상당수가 우울증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학교에 아침에 등교하기도 힘들어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함께 공부하는 것을 피한다. 반면에 밤에는 잠을 안자고 게임이나 스마트폰에 빠져 있고 폭식을 하는 일도 흔하다.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고 학교도 잘 가지 않으니 부모님과도 갈등을 겪게 된다. 우울증의 가장 큰 문제는 ‘사회적 적응 능력‘에 심각한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70~80년대 생이 대학을 입학하면 그 시절에는 캠퍼스의 낭만이 있었다. 대학을 들어가면 고등학교 때의 모든 억압에서 벗어나 친구들과 어울리고 MT를 가고 맥주를 마시면서 밤새 토론을 하기도 했다. 대학교에서 ○○학 개론이라고 배운 내용이 40~50이 되어서 기억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때 친구들과 어울리고 토론하고 고민했던 기억은 현재 직장을 다니고 조직에서 적응하는 인생의 자양분이 된다.
언제부터인가 대학은 그러한 낭만을 잃었고 취업을 위한 전진기지로 바뀌었다. 청년들은 초·중·고등학교 때 학원 선생님들이 가르쳐준 것을 습득하는 생활을 해 왔다. 예전에는 동네 친구들이 모여서 공터에서 야구도 하고 숨바꼭질도 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동네에서는 찾아볼 수 없고 모두 학원에 갇혀 있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호기심과 그것을 알아가는 과정에서의 즐거움인데 학원은 그 과정을 생략한다. 이제는 안타깝지만 대학에서도 그러한 모습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코로나19는 그래도 조금은 남아있던 대학의 순기능을 마비시켰다. 비대면 수업으로 전달되는 교수님의 강의는 사실 우리 청년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닐 수 있다. 친구들과 만나고 어울리고 사회성을 기르는 그 역할은 비대면 수업으로는 불가능하다. 외국에는 유례가 없는 생애에서 첫 사회화 과정을 제공하는 대학의 역할이 마비된 것이다. 산업화 사회는 사람의 고용을 점점 줄이고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이 이를 대체한다. 하지만 산업화 사회에서 중요한 인재는 많은 것을 암기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고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는 사람이다.
청년기 우울증이 늘어나는 것은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감소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청년들은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파악하고 도움을 받는데 적극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청년기 우울증의 문제를 경제적으로 환원시키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청년실업이 심각하고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우울증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청년들은 직장을 쉽게 그만두고 적응하지 못하고 예전과는 다르게 직장에 대한 애사심도 낮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단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만이 청년기 우울증 문제의 해결책은 아니다.
그들이 학교에서 직장에서 가정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우울증이 발생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한번도 ‘사회적 적응 능력’을 가르쳐 준 적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청년들은 미래에 도전하기 보다는 스마트폰을 클릭하면서 ‘돈이 돈을 버는 구조’에 열광하고 있다. 청년들이 자신의 분야에 깊은 고민을 하고, 고민에서 아이디어를 만들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네트워킹해서 그 안에서 창의력과 리더십을 발휘하는 경험을 한 번 쯤 해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보면 어떨까.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https://www.korea.kr/news/contributePolicyView.do?newsId=148886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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