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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사설 & 인터뷰

"예민함은 능력이다... 통제할 수만 있다면" - 2020.08.03 10:59 헬스조선

by 마이멘탈포켓 2021. 9. 28.

<인터뷰> '우울증 명의'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교수 "트라우마 숨기지 말아야"  

"매우 예민한 사람이 세상을 바꿉니다. 다만 그 '예민성'을 어떻게 조절하냐에 달렸죠."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말이다. 전 교수는 현재 중앙심리부검센터 센터장, 삼성서울병원 우울증센터 담당교수를 겸임하고 있다. 국내 우울증 환자 약 1만명을 진료한 손꼽히는 우울증 명의이기도 하다. 그는 최근 그의 첫 책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을 출간했다. 책을 통해 내가 '매우 예민한 사람(Highly sensitive person)'에 속하는지, 예민함이 왜 장점이 될 수 있는지, 예민한 사람이 성공하려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려준다. 그는 당연히 예민한 사람이 많이 읽을 거라는 가정하에 책에 쓰인 모든 사진과 논문의 출처를 일일이 기재했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예민함은 단점이 아닌 '능력'입니다"
전홍진 교수가 '매우 예민한 사람'을 위한 책을 쓴 이유는 뭘까?

 

"국내 수많은 우울증 환자를 진료하다 보니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진료할 기회도 많았어요. 그들의 특징은 성향이 아주 예민하다는 거였죠. 결과적으로 예민한데도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과 삶이 무너져 나락으로 빠진 환자의 경계가 모호하더라고요. 그런데 최종적인 결론은 '종이 한 장 차이' 에 불과하다는 거예요. 자신의 예민함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냐 없냐’에 있어요" 전 교수는 예민한 성향은 일종의 '능력'이라고 했다. "저는 3차 의료기관에 있어 이미 중증으로 악화된 우울증 환자를 주로 봐요. 많이 안타깝죠. 그래서 병이 악화되기 전 미리 자신의 예민함을 다루는 법을 알려줘서 병이 아닌 ‘능력’으로 승화시키는 방법을 알리길 원했어요. 그래서 책을 썼어요"

 

다만, 매우 예민하다고 모두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인구의 15~20%가 '매우 예민한 사람'이라는 미국의 통계가 있다.

 

“매우 예민한 사람은 ‘세상을 바꿀 사람들이에요” 비교적 거창한 말도 서슴지 않는다. “과거에는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일본의 기술을 배웠지만 이젠 우리가 새로운(something different) 걸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 왔어요. 이를 위해 매우 예민한 사람이 필요해요. 예민한 사람들이 기진맥진해지지 않고 자신의 능률을 최고로 높일 수 있도록 세상이 발맞춰줄 필요가 있어요”

 

자신이 예민한 사람인지 아는 게 우선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거의 모른다. 자신이 매우 예민한 사람인 것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 전홍진 교수는 한국인에게 맞는 ‘매우 예민한 정도의 평가’문항을 만들었다. 이 문항은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에 실려있다. 아직 표준화된 진단법은 아니지만, 꽤 유용하다는 것이 전 교수의 설명. 총 28문항 중 7개 이상이면 매우 예민한 사람일 확률이 크다. 문항에는 ‘사람들에게 소심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항상 긴장 속에 사는 것 같다’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못 한다’ 등이 있다. 전 교수는 “자신이 매우 예민한 사람에 속한다는 것을 아는 게 반드시 필요한 첫 번째 단계”라며 “이후부터 자신의 예민함을 적절한 때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뇌는 자주 쓰는 부위의 신경망이 강화된다. 노력을 반복하면 원하는 상황에는 덜 예민하게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스스로 바뀌기 어렵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성공한 사람은 예민함 'On&Off' 잘 돼
매우 예민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의 예민함을 아주 잘 조절한다는 것. 전홍진 교수가 자세히 덧붙였다 “극도의 예민성이 일할 때 발휘되다가, 평소에는 '탁' 꺼진다는 거예요. 예민성의 ‘On(켜짐)’과 ‘Off(꺼짐)’ 즉, ‘On & Off(온앤오프)’ 능력이 뛰어나요" 예민성이 극도로 발휘되면 남들이 못 보는 걸 보고, 못 듣는 걸 들으면서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24시간 모든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면 뇌에도 과부하가 걸린다. 심한 사람은 신발을 신을 때 발의 감각, 허리띠를 맬 때 허리의 감각 등을 모두 느끼고 신경 쓴다.

 

내가 원하는 상황에서 예민함을 꺼버리는 방법은 뭘까? “주변에서 자기를 예민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서 줄여야 해요. 예를 들어, 스티브 잡스는 옷을 단순하게 입기로 유명했죠. 일 외의 자극을 줄이는 거예요.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특징을 보여요. 꼭 옷일 필요는 없고요”

 

사람과 대화할 때는 '대화의 내용'에만 집중한다. “매우 예민한 사람은 대화 중 상대의 표정, 목소리 톤,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것 같은지 등의 '상황적인 문제'에 신경 써요. 대화 내용 이외에도 뇌가 수용하는 정보가 너무 많아지는 것이죠. 결국 에너지가 급속하게 줄어요” 전 교수는 이럴 때 상대와 ‘카톡 하듯’ 내용을 주고받는 데만 신경 쓰라고 강조했다. “말의 내용도 한 달 뒤면 잊게 돼 있어요. 결국 잊어버릴 것을 자꾸 생각하지 마세요. 모든 일을 복잡하게 생각하거나 해석하지 말고 선택과 집중을 잘하라는 거예요. 필요 없는 일엔 힘을 최대한 빼세요”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사진=글항아리 제공

 

그는 내부를 놀이동산처럼 설계한 여러 첨단 IT기업의 회사를 예로 들었다. 직원들이 낮잠 잘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돼있고, 직급 체계도 엄격하지 않은 그런 곳들. "회사에서 창의력을 발휘하는 핵심인 예민한 사람들에게 최적화된 환경을 조성하는 거죠. 창의력이 필요한 기업일수록 이런 측면이 강해요. 절대 회사를 예쁘게 하기 위한 투자가 아니죠. 직원의 예민함이 ‘창의성’으로 발휘되는 시스템을 만들어주기 위해 필요 없는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게끔 싹 배제시키는 거예요"

 

자신의 예민성을 '확' 줄이는 '안전기지(Secure Base)'를 만드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꼭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 좋아하는 운동, 반려동물, 여행 등으로 자신의 긴장이 '0'으로 떨어지면 그것이 자신의 안전기지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트라우마는 드러내야 예민함 줄어들어
트라우마가 있다면 드러내고 사는 게 낫다. "트라우마는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고 숨기는 게 결정적인 문제로 작용합니다" 전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을 연구로 직접 증명했다. 전 교수 연구팀은 어릴 때부터 ‘선천성 소이증’으로 귀가 매우 작은 환자 중 병원에 수술을 받으러 온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절반은 귀를 평생 가리고 살아왔고, 절반은 가리지 않고 살았다. 누가 더 예민하고 날카로운 성격을 가졌을까? 귀를 평생 가려온 사람들이다.

 

“머리를 길러 귀를 가리고 다니는데, 바람이 불 때마다 귀가 보이면 어떡하지 전전긍긍하면 살았던 거죠. 반대로 부모가 머리카락을 잘라 가리지 못하게 한 그룹은 성격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었어요. 물론 처음에는 친구에게 놀림당하기도 했지만, 설명을 통해 자연스럽게 친구가 받아들이는 쪽으로 바뀌었죠” 기형의 크기는 성격과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어릴 때는 잘 몰라도 스무살 무렵 되면 성격 차이가 엄청나요. 기형이 있더라도 어릴 때부터 자유롭게 노출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동시에 기형 문제를 지닌 아이들을 놀리거나 괴롭히지 않는 좀 더 성숙한 문화를 가르치는 학교 교육도 강화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

 

예민해 잠 안 올 때는 눈 좌우로 움직이기 도움 
전홍진 교수는 '매우 예민한 사람'에 속할까? 그는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하루에 수많은 환자를 보고, 여러 연구를 하기 때문에 예민한 성격이었다면 못 견뎠을 거예요. 또 제가 가진 장점 중 하나는 엄청 잘 잔다는 거예요. 자려고 침대에 몸을 뉠 때부터 잠들기 시작해요. 침대에 머리가 떨어지면 이미 자고 있는 거죠. 중간에 깨지도 않고요. 불면증 있는 분들한테 팁을 조금 드리자면, 잠이 잘 안 올 때는 살면서 가장 졸렸던 기억을 떠올리세요. 저는 잠을 잘 자는 편인데도 잠이 안 올 때면 시차적응 때문에 너무 졸려서 그 유명한 스페인 가우디 성당 앞에서 누워 잤던 기억을 떠올려요. 그러면 잠드는 데 5분도 안 걸려요"

 

더불어 잠이 오지 않을 때는 내일 할 일이나 오늘 했던 일을 절대 생각해선 안 된다. 사람 얼굴을 떠올리는 것도 금물. 과거 정신적으로 편안했던 일을 생각하는 것은 좋다. 양을 세는 건 도움이 안 된다. 양을 1000마리까지 세고도 잠을 못 자는 환자가 적지 않다. 눈을 감은 채 안구를 좌우로 움직이는 것도 수면을 유도한다. 우리가 깊은 잠을 잘 때 안구가 좌우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전홍진 교수는 마지막으로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 꼭 환자가 아닌 성격이 많이 예민한 일반적인 사람을 위한 책이라고 강조했다. “자기 예민함의 에너지를 좋은 ‘능력’으로 폭발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내용의 핵심이죠. 당연히 저절로 되지는 않아요. 노력해야죠. 책도 보고 필요하면 전문가한테 상담을 받을 수 있고요. 그럼 자신도 편하고 가족도 편하고, 직장도 발전하고, 국가적으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너무 거창할까요(웃음)"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03/202008030152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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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울증 명의'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교수 "트라우마 숨기지 말아야" "매우 예민한 사람이 세상을 바꿉니다. 다만 그 '예민성'을 어떻게 조절하냐에 달렸죠."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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