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는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 걸까?'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궁금해한다.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사실 내 마음도 어떤지 모르면서 말이다. 오죽하면 '내 마음 나도 몰라'라는 제목의 노래와 영화가 있을까?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사람들은 언제나 마음을 궁금해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할 때 가슴이 두근거린다. 밸런타인데이에 연인에게 마음을 전하는 초콜릿은 하트 모양이다. 하트(heart)는 우리 몸의 장기 중 심장을 말한다. 그렇다면 마음은 심장에 있을까? 아니다. 그 심장도 사실은 우리 뇌의 작용에 의해 뛴다.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이미 "인간의 기쁨이나 행복, 웃음과 농담, 고통과 슬픔, 눈물은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인간이 미치거나 혼란에 빠지는 것, 공포와 불안을 느끼는 것도 모두 뇌의 작용"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인간의 마음은 뇌에 있다. 뇌는 1.2~1.4㎏에 불과하지만 1000억개의 신경세포로 이뤄져 있다. 신경세포 하나는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하는 접합구조인 시냅스를 1000개에서 1만개 이상 만든다. 뇌에서 신경세포들이 서로 얼마나 복잡하고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지 알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늙는 것을 걱정한다. 누구나 병드는 것을 걱정한다. 나이가 든다고 우리의 뇌기능이 모두 쇠퇴하는 것일까? 미국 코넬대의 신경과학자 발레리 레이나는 "글자 그대로의 기억은 청년기가 지나면 쇠퇴하기 시작하지만 '요점기억'은 그대로 유지되고 심지어 노년 후반에 이를 때까지 점점 좋아진다"고 말한다.
요점기억이란 바탕이 되는 주제를 이해하고 기억하는 능력을 말한다. 다시 말해 나이가 들수록 큰 그림을 더 잘 파악한다. 콜럼비아대의 노화 전문가인 린다 프리드도 "나이가 들면서 우리는 객관적 지식과 인생 경험, 그리고 직관까지 이용할 수 있게 되고 그것들 모두 통합해 젊었을 때라면 풀지 못했을 복잡한 문제를 창의적으로 풀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젊은 비행기 조종사에 비해 중년 조종사는 새로운 기계 작동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조종사의 가장 중요한 능력은 비행기를 안전한 항로인 제 위치에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능력은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좋아진다고 한다.
2009년에 이를 보여주는 극적인 예가 일어났다. US 에어웨이스 항공기 조종사였던 백발의 57세 체슬리 설렌버거 3세가 그 주인공이다. 이륙 2분 만에 새떼와 충돌해 엔진 2개가 동시에 정지된 사고가 났다. 도심 한가운데 불시착하지 않도록 그는 침착하게 여객기를 근처 허드슨강에 수상 착륙시켜 승객과 승무원 155명이 모두 구조되는 '허드슨강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뇌의 전두전엽은 예상보다 훨씬 느리게 완성되고 천천히 나빠진다. 이 부위의 기능이 가장 활발한 시기는 43세부터 55세 사이다. 보통 20세나 30세 때 뇌 기능이 최고조에 달하리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중년 나이 때 오히려 더 좋다. 의사결정의 경우 더 그렇다.
물건 몇 가지를 챙겨 오리라 마음을 먹고 간 장소에서 다른 일만 하다가 돌아오곤 하는 일이 요즘 부쩍 늘었다. 그러다 한참 후에야 챙겨 오지 못한 물건이 갑자기 떠오른다. 학생들의 질문에 대답하며 한동안 이야기를 하다 보면 지금 내가 왜 이 말을 하고 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 어느덧 중년에 접어드니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고 그에 따라 자신감도 많이 줄어든다. 하지만 슬퍼하지 말자. 용기를 내자. 미국의 정신과의사로 뇌영상 전문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다니엘 에이먼의 책 제목처럼, 뇌는 늙지 않는다. 성숙해지고 있을 뿐.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https://www.asiae.co.kr/article/2020040213293505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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