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정신습관 만들려면
중요한 시험을 망쳤을 때 인생이 끝난 것처럼 좌절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무덤덤하게 넘기는 사람도 있다. 단순히 ‘멘털’이 강하고 약하고의 문제만은 아니다. 평소 생각하는 습관, 이른바 정신습관에 따라 대응하는 방식이 다른 것이다. 문제는 정신습관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작동한다는 점이다. 의식적으로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개선할 수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추천하는 건강한 정신습관 들이는 법을 소개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
→ 판단을 내릴 땐 우선순위를 매긴다
의심이 많고 자기 주장이 강한 사람일수록 편견에 빠지기 쉽다. 자신의 기준에 맞는 하나의 판단만 고집하는 게 문제다. 먼저 자신의 생각이 사실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자신의 생각과 180도 다른 사례를 떠올려 본다. 예컨대 ‘마른 사람은 예민하다’는 생각이 들면 마른 체형이지만 털털한 친구를 떠올리며 ‘다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식이다. 판단을 내릴 땐 처음 떠오른 생각이 합리적이고 타당한지, 다른 해법은 없는지,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등을 1분 이상 고민한 뒤 우선순위를 매겨 본다. 영화·드라마를 볼 때 주인공과 상대 배역의 입장에서 각각의 상황을 이해해 보는 훈련도 유연한 사고방식을 기르는 데 효과적이다.
“그때 그 실수만 하지 않았어도”
→ 과거형 대신 ‘현재형’ 가정법 만들라
후회는 마음이 여리거나 책임감과 도덕성이 강한 사람에게 흔히 나타난다. 보통 자신의 잘못이 크다고 느끼는 사건·상황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관련 내용을 종이에 적고 다른 사람의 책임은 없는지, 피할 수 없는 외부 요인은 없는지 등을 객관적으로 가려보면 마음의 짐을 덜 수 있다. 자신을 지지해 주는 사람과 만나 대화하는 것도 심리적인 위안을 선물한다. 단, 목적 없는 ‘후회를 위한 후회’는 지양해야 한다. 생각의 비중을 “그때 ~했더라면” 같은 과거형에서 “지금 ~한다면”이란 현재·미래형으로 서서히 옮기는 연습을 하면 도움이 된다.
“노력해도 미래는 어두울 거야”
→ 생각을 멈추는 의식을 만든다
절망·허무 등 비관적인 생각은 반복적인 실수와 실패 경험이 만든 일종의 학습 반응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학습된 무기력’이라고 표현한다. 이런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한번 시작하면 중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외부적으로 이를 제어할 ‘의식’을 만들어 활용하는 게 현명하다. “이제 그만”이라고 소리내 말하거나 손뼉을 치면서 생각을 멈추는 식이다. 우울증으로 인해 생기기도 하는 만큼 심한 경우 전문가 상담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일이 잘못되면 어쩌지”
→ 자신의 걱정을 녹음해 들어 본다
맡은 일(학업·업무)에 대한 정보가 많을수록 걱정의 깊이는 얕아진다. 비슷한 프로젝트나 주변 사람의 경험을 통해 일의 수준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일을 시작할 때는 나무(단계별 과정)와 숲(전체 과정)을 함께 보는 것이 현명하다. 자신의 걱정이 실은 사소한 부분이고, 생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다. 걱정과 현실을 분리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걱정은 사실이 아닌 생각일 뿐’이라 여기면 불안이 줄어든다. 자신이 걱정하는 이유나 최악의 상황은 무엇인지를 직접 녹음해 듣거나 종이에 써보는 것도 걱정을 정리하고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나는 남보다 모자란 사람이야”
→ 타고난 재능을 스스로 칭찬한다
자기비하는 비교에서 출발한다.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려면 조건 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예컨대 시험에서 10등을 했다면 ‘나는 시험에 대해 열 번째로 평가받은 사람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식이다. 아침·저녁으로 ‘셀프 칭찬’을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잘 웃는다”나 “대화를 잘 듣는다”와 같이 자신의 재능이나 모습을 칭찬해 주는 것이 좋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남과 다른 나만의 자신감을 쌓을 수 있다.
“어려운 일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 힘든 일일수록 더 큰 보상을 준다
자기도피·현실도피는 습관화하기 쉽다. 도피가 반복되면 나중에는 특별히 싫거나 두렵지 않은 상황도 외면하고 피하게 된다. 적절한 성취와 보상을 통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금전적 이득, 대인관계 개선, 정신적 희열 등 자신이 마주한 상황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때 자신의 문제를 마주하고 해결할 용기가 생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난이도별로 구분해 적고, 각 단계별로 스스로 혹은 주변에서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
도움말=고대안암병원 조철현 교수, 서울대병원 박지은 교수, 일산백병원 이승환 교수, 한강성심병원 이병철 교수, 한양대병원 노성원 교수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https://www.joongang.co.kr/article/21339608#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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