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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사설 & 인터뷰

"조현병 관리, 이렇게 엉터리 나라가 어딨나?" - 2019.06.06 03:01 조선일보

by pockey 2021. 9. 29.

또 조현병 환자에 의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에는 고속도로를 역주행하다 자신과 세 살배기 아들, 예비 신부가 사망한 사건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지금처럼 어영부영 가면 조현병 환자 사건이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정신 질환자 관리를 이렇게 하는 나라가 전 세계에 어디 있느냐"고 개탄했다.

 

권준수〈사진〉 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5일 본지 인터뷰에서 "이번에도 조현병 약을 먹다가 중단한 사례"라며 "현행 제도는 물론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개선 대책으로도 이런 환자들을 어떻게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환자 가족은 경찰 조사에서 "환자가 몇 년 전부터 조현병으로 치료를 받다 두 달 전부터 약을 끊었다"고 말했다. 권 이사장은 "복지부는 조현병 환자가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만 하면 문제가 풀릴 줄 아는데 등록하고 안 오거나 약을 먹지 않을 경우 현행 제도로는 속수무책"이라고 했다. 그는 "보건 당국이 환자에게 가서 상태를 보고 외래로 데려오거나 약을 먹게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결국 강제 집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정신질환자들이 약을 제대로 먹는 등 적절한 관리를 받으면 문제가 없지만, 약을 중단하면 환자는 물론 주변 사람도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했다.

 

권 이사장은 "19대 국회 말에 정신질환자 입원을 어렵게 만드는 정신건강복지법을 공청회 한 번 없이 졸속 처리하면서 생긴 문제"라며 "의사들은 '분명히 문제 생길 거다'라고 했지만 복지부는 '일단 시행하고 보완하자'고 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권 이사장에 따르면 이 법 시행 이후 의사와 경찰이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특히 2016년 10월 의정부지검이 입원 당일 서류 미비 등 사소한 절차 위반을 이유로 정신과 의사 50여명을 무더기 기소하면서 의사들이 '무조건 법대로 하자'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경찰도 정신질환자를 병원에 잘못 데려가면 고소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지난달 정신질환자의 응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경찰과 함께 즉시 출동할 수 있는 응급개입팀을 내년 중 17개 광역시도별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권 이사장은 "지금보다 나은 제도인 것은 분명하지만, 내년까지는 속수무책인 데다 광역은 상당히 넓은데 한두 팀으로 대처가 가능할지, 상황이 끝난 다음 도착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막상 경찰이 정신질환자를 병원에 데려가려 해도 병원에서 병상이 없다고 거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신질환 병상은 수가가 낮아 병원들이 줄이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권 이사장은 "수가를 조정하고 비어 있는 정신 병상이 인근에 어디 있는지 알 수 있게 네트워크를 갖추어야 한다"며 "지금 응급 의료 시스템에 정신질환 항목만 얹으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에서 자꾸 환자 인권을 강조하는데, 병에 걸린 사람의 인권은 빨리 치료해 원래대로 돌려놓는 것이 제대로 보호하는 것"이라며 "망상에 시달리는 환자 말을 따르는 것이 인권이냐"고 반문했다. "환자들도 급성기 때는 엉뚱한 얘기를 하다 치료를 받고 좋아지면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부끄러워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권 이사장은 "현재는 정신질환자 보호 책임이 가족에게 있는데 이를 공공으로 넘기지 않으면 절대 해결할 수 없다"며 "장기적으로는 법원이 입원 여부를 판단하는 사법 입원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06/2019060600204.html

 

"조현병 관리, 이렇게 엉터리 나라가 어딨나?"

조현병 관리, 이렇게 엉터리 나라가 어딨나 핫이슈 인터뷰 권준수 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

www.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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